이름 :  
제목 : 사탕 세 알과 청년
조회 :  
932
 
     향기로운 풍경이 그려집니다..
입안에 사탕알을 품은듯이 달콤한 오후입니다..
좋은 글 읽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나저나..
정말 솔뫼안해님은 많이 아푸신가보네요~
몇날째 못뵈니 입안에서 가시가~~^^
솔뫼님이요~밥은 대신 해주고 계시겠지요?
빠른 쾌유 빕니다~~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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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점에 다다른 그 버스에 올랐을 때 버스 안은
텅 비어 있었다.
나는 기사 아저씨에게 목적지를 한 번 더 물어 확인한 다음,
안심하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몇 번씩이나 버스를갈아타고 낯선 길을 헤맨 뒤라 몹시 지쳐 있던 나는 곧 눈을 감았다.

막 잠이 들려는데 느닷없이 기사 아저씨의 음성이 들렸다.
“아주머이, 미안하지만 저 뒤의 총각 좀 깨워 보이소.”
돌아다보니 맨 뒷좌석에 몸을 앞으로 잔뜩 구부린 채 졸고
있는사람이 있었다.

버스가 반환점을 돌고 있는데도 계속해서 졸고 있는 그가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 모양이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뒤쪽으로 다가가 청년을 흔들어 깨웠다.
그러자 청년은 흠칫 놀라 눈을 번쩍 뜨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한 바퀴 돌았어요?

서면에서 내려야 하는데…”
하며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 말을 들은 기사 아저씨가 백미러를 보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서면으로 가고 있으니 됐네요.”

잠시 뒤 서면에 다다르자 청년은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내 손에 뭔가를 쥐어주고는 후닥닥 버스에서 뛰어내렸다.
펴보니 알록달록한 비닐에 싸인 사탕 세 알이었다.

그러고 보니그날이 바로 ‘화이트데이’였다.
아마 청년은 여자 친구에게 줄 사탕 꾸러미에서 세 알을
풀어 낸 것 같았다.
청년이 주고 간 사탕을 보니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승객을 위한 작은 배려가 인상적인 기사 아저씨, 그 답례로
작은 성의를 표시한 청년.
어느새 난 피로도 잊은 채 마음이 흐뭇해졌다.

그러다 사탕 임자가 내가 아닌 듯싶어 내릴 때 일부러
앞문으로 가 기사 아저씨에게 사탕 두 알을 드리면서 말했다.

“아까 그 총각이 아저씨께 꼭 전해 드리랬어요.”




 
 
 
 
  : 잠님^^ 고맙습니다.
  : 사탕 세 알과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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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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