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양미동 제목 : 엿 치는 아저씨, 엿 파는 아가씨
조회 :  
3606
 
     정안휴게소에 가면 엿 치는 각설이 아저씨가 있습니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벌들이 엿판 위를 춤추며 날아다닙니다. 신명난 가위소리에 어깨춤이 절로 납니다. 구경하던 사람들도 흥에 겨워 엿을 삽니다. 이빨에 붙지 않는 엿이랍니다.
일주일에 한번은 천안 논산 간 고속도로를 달립니다. 집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내려가다 보면 정안 휴게소가 나오는데 항상 휴게소에 들립니다. 용변 문제도 있고 잠깐이라도 휴식을 취하고 가기 위해서입니다. 무엇보다 장애인 주차장이 널찍하게 그려져 있어서 주차하기 편해서입니다.
언제부터인지 장애인 주차장 곁에 각설이 옷을 입은 아저씨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손에는 엿가위와 엿을 자르는 엿 칼이 함께 들려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엿판 주위로 모여 들고 항상 왁자지껄하니 사람 사는 분위기가 풍겼습니다. 차에서 쳐다보노라면 깜짝 놀라는 사람들의 표정도 보이고, 뭐라고 질문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눈에 보이는 문구 하나, ‘이빨에 붙지 않는 엿!’ ‘벌이 찾아오는 엿!’ 호기심을 부추기기에 충분한 문구였습니다.
‘딸깍 딸깍 딸깍’ 각설이 아저씨가 엿을 치는 소리입니다. 그때마다 엿 치는 아저씨와 구경하는 사람들의 어깨가 들썩입니다. 저절로 신명이 납니다. 차에서 내려 구경을 갔습니다. 엿판 주위로 새까맣게 붙어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꿀벌이었습니다. 마치 벌통에 설탕물을 먹기 위해 붙어 있는 벌처럼 새까맣게 붙어 있습니다. 일부는 엿판 주위를 자연스럽게 날아다닙니다. 신기하게도 음식 냄새가 나는 매점 주위로는 날아가지 않고 엿판 주위에만 날아다닙니다. 엿판에 앉아서 각설이 아저씨의 엿 치는 솜씨는 구경하는 듯합니다. 구경하는 사람들 신기해하면서 엿을 사들고 차에 오릅니다. 정안 휴게소에 가면 엿 치는 아저씨가 있습니다. 벌이 찾아오는 엿이 있습니다.

화개장터에 가도 엿 파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아가씨인지 아줌마인지 구분이 가지 않지만 분명 여자입니다. 예쁜 한복에 허리를 질끈 동여매고 머리엔 어우동 모자를 쓰고 있습니다. 영락없는 어우동의 모습입니다. 정안휴게소 아저씨처럼 엿가위로 엿을 치지는 않지만, 흥겨운 뽕짝에 맞춰 어우동 춤이 신명납니다. 화개장터를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관광객들입니다. 기분 좋게 한잔씩 한 상태인지라 덩달아 어깨춤을 추는 분들도 있고, 각설이 춤을 추는 분들도 계십니다.
화개장터 엿 파는 어우동 아가씨에게는 특이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장구입니다. 엿 파는 리어카 곁에는 장구가 한 대 걸려 있습니다. 어우동 아가씨는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신명난 음악에 맞춰 신명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추임새로 엿 파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흥겨운 뽕짝 음에 맞춰 신명나게 장구를 치고 계시는 할머님 한분이 눈에 들어옵니다.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시며 참 장구를 잘 치십니다. 구경하던 분들도 덩달아 신명납니다. 어우동 아가씨가 조수 하나 참 잘 뒀습니다.
그런데 한참동안 장구를 신명나게 치시던 할머님이 장구채를 놓고 물러나십니다. 바로 어떤 할아버지가 장구채를 받아 들더니 나름대로 신명나게 장구를 치십니다. 박자도 틀리고 소리도 경쾌하지 않지만 할아버지는 신나셨습니다.

그랬습니다. 어우동 아가씨는 손님들의 신명놀이 한판을 위하여 장구를 리어카에 걸어 두었던 것입니다. 배려였습니다. 장사가 참 잘되고 있었습니다. 아니 장사가 잘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했습니다. 나도 분위기에 엿 한 곽을 샀습니다. 아직 맛도 보기 전이지만 나는 이미 한 입 가득 엿을 물고 신명나게 어깨춤을 추는 상상에 빠져있었습니다. 참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장사가 잘되어 우리나라 최고의 엿장수인 윤팔도 어른처럼 큰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겠지요?

2007. 4. 27
-양미동-
 
 
 
 
  : 고맙습니다.
  :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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