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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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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미동 |
제목 : |
그때를 생각한다 |
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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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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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는 것은 설하고 추석 밑에나 가능했다. 곤로에는 물이 끓고 있었고 어른들의 머리 손질을 위해 집게처럼 생긴 고대기는 곤로의 불판과 솥단지 사이에서 벌겋게 불을 당기고 있었고, 이발사 아저씨는 그 고대기를 물 뭍은 수건에 치익~칙! 몇번 열을 식혀서 어른들의 머리를 손질하곤 했다. 고대를 하고 난 후 포마드를 바르고 어깨를 의쓱거리며 이발소를 나오던 그 때를 기억한다.
커다란 가죽 혁띠처럼 생긴 것에 날카로운 면도기를 쓱싹 쓱싹 부비고 나면 면도기의 칼날은 더 날카롭게 변하는가 보다. 이발사 아저씨가 날카로운 면돗날을 손에 살짝 대어 보곤 기분 좋은 표정으로 머릿카락을 잘라보던 그 때를 기억한다.
평소 바리깡이 있는 친구 집에서 머리를 박박깎고 머슥해 하던 시절이 있었다. 바리깡 기계는 양손으로 잡고 부지런히 움직여야 머리를 깎을 수 있었고, 재수 없는 날이면 머릿카락 몇개씩은 잡아 뜯겨야 겨우 이발을 마칠 수 있었던, 더 재수가 없는 날이면 기계독에 올라 머리가 듬성듬성 빠지는 고통도 겪어야 했던 그 때를 기억한다.
이발 기술만 배우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다며 그집에서 머슴 노릇까지 하며 이발 기술을 배우려 했던 동네 형은 그의 꿈을 이루었을까... 주인한테 석유 아끼라는 꾸중을 들으면서도 따뜻하게 물을 데워 머리를 감겨 주던 그분은 아마 어디선가 크게 성공해 있을 것이다. 언제나 성실했었으니까.
명절 밑에는 언제나 북적 거렸던 시골 이발소 마당에 놓여 있는 평상 위에는 장기판과 탁배기 잔이 함께 있었고 이발하러 왔다가 탁배기만 마시다 술에 취해 이발도 못하고 집에 갔다가 구박을 받았던 동네 어르신은 이제 고인이 되셨지만 문득 문득 그 때가 떠오름은 나도 이제 추억을 먹고 살아가는 나이가 되었다는 증거리라. 추억을 먹으며 살아간다는 것은 늙어 간다는 것이라든데...
추석 밑이라 지금 현실이 어려운 때라 더욱 더 그 때가 그리운지 모르겠다. 나도 그 때를 생각하며 이발이나 하러 가야겠다. 아들과 함께... 그런데 미용실에서도 그 때 추억을 만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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