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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이 엄마 제목 : 야생초편지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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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영화





나의 일주일은 두 번 변화가 있다. 목요일 미사 때가 그렇고, 일요일에는

이곳에서 비디오 상영이 있으므로 매주 영화 한 편씩은 꼭 보는 셈이지.

오늘도 예외는 아니라서 비디오를 보았는데 - 주로 싸구려 홍콩 영화를

보여 줌 - 역시 연분이라는 홍콩 연애영화였다. 장만옥과 매염방이라는

홍콩의 톱배우가 나오길래 처음에 조금 긴장했다가 나중엔 하도 재미없고

어이없어서 TV 화면 대신 TV 보는 사람들 표정을 훔쳐 보았단다. 그 쪽이

훨씬 재미있었거든. 오늘 비디오를 보면서 영화로도 사람을 얼마든지 고문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무엇보다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주윤발이나

유덕화, 왕조현 등과 같은 톱스타들이 그토록 저질영화에 무분별하게

출연한다는 사실이다. 정말로 홍콩이란 곳은 고급과 저질, 프로와 아마가

마구 뒤섞인 그야말로 짬뽕과 같은 도시라는 인상이 들더구나.


이번 리오 환경회의에서 어째 심각한 환경공해 중 하나인 홍콩 영화를

다루지 않았는가 모르겠다. 그리고 그따위 영화를 보여 주는 소 측의

무성의와 무지에 대해서도 두 손 들고 말았다. 주로 폭력적인 사건과

관련되어 들어온 젊은 재소자들을 교화시켜야 할 의무가 있는 교도소가

(옛날에는 형무소라고 불렀으나 지금은 형을 살리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교정교화에 더 신경을 쓴다는 취지에서 이름도 矯導所로 바꾸었음) 허구헌

날 홍콩의 폭력영화를 보여 주고 있으니...... 가끔가다 내가 담당자들에게

항의하면 그들은 한결같이 비디오점에 그런 영화밖에 없으니 할 수 없다는

것이야. 비디오점이야말로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하는 가장

전형적인 장소인 것 같다. 이 천민자본주의를 개선시킬 방도는 없는 것일까?



네가 염려해 준 덕분으로 지난번 사회참관 갔다가 옮겨 심은 야생초들은

지금 모두 뿌리를 내려 잘 자라고 있단다. 그때 옮겨 온 것들의 이름을

한번 읊어 볼게. 달개비, 방가지똥, 피나물, 석잠풀, 메꽃, 단풍나무(씨에서

싹튼 것), 달맞이꽃, 깨풀, 며느리밑씻개, 그 밖에 이름을 모르는 것 몇 가지가

더 있다. 이렇게 해 놓고 보니 이젠 화단이 그득하여 더 심을 자리도 별로

없게 되었구나. 아마 장마가 지나면 이파리가 무성해질 것이다.



어제는 날씨도 무덥고 입도 궁금하고 하길래 입맛을 낸다고 운동장 구석에

자라난 쇠비름과 명아주, 고들빼기를 뜯어다 물로 깨끗이 씻어서 고추장에

찍어 먹었다. 맛이 괜찮더군. 하긴 그동안 교도소 안에 난 잡풀을 안 먹어

본 것이 없는데 이제부터는 단순히 호기심으로 맛을 보는 차원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요리로 개발해서 먹을 생각이다. 다음번엔 토끼풀 무침을

계획 중인데 해 먹고 나서 감상을 말해 줄게. 그렇지 않아도 풀 때문에

내 별명이 토끼가 되어 버렸는데. 이젠 정말로 토끼풀을 먹게 되었구나.

사실 이곳에선 싱싱한 야채가 항상 그리운지라 그런 풀이라도 뜯어 먹어야

입에 생기가 돈다.





 
 
 
 
  : 솔뫼농원 쳐들어가기(선녀님~)
  : 벌써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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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이 엄마
야생초편지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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