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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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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이 엄마 |
제목 : |
야생초편지 - 7 |
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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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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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펠리아 - 자라고 영그는 데는 다 때가 있다
3개월 전에 원예부에서 선인장 토막을 하나 얻어 와 방안에 꽂아 놨더니
벌써 뿌리를 화분 가득히 내리고 이와 같이 커 버렸단다. 새끼 가지 두 개가
본 가지보다 더 커져 버린 거야. 지금 내 방 창가엔 이 같은 선인장 종류가
네 개나 있단다. 모두 마가린 통에 얌전히 담겨서. 이놈들은 모두 내가
싹을 틔워 기른 것이지. 무슨 말인고 하니 원예부에서 기르던 것을 얻어 온 게
아니라, 내가 다른 데서 가져다 교도소에 퍼뜨린 거야. 그러니까 2년도 더 전,
내가 원예부에 근무할 때, 어려운 절차를 밟아서 인근에 있는 안동 농고
온실에 견학 간 일이 있었지. 목적은 온실 견학 겸 페츄니아 모종을 좀 얻어
오는 것이었는데, 온실을 둘러보던 나는 그 다양하고 화려한 열대식물에
그만 눈이 뒤집히고 말았지. (물론 지금은 야생초를 더 좋아하지만.) 나는
일행의 맨 꽁무니에서 견학하는 척하며 꺾꽂이가 가능하다 싶은 식물들을
똑똑 따서 주머니에 가득 챙겨 넣었다. 그 정도 꺾어 간다고 그곳 식물들이
다치는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교도소 하면 최하가 절도 아니겠어? 하하.
돌아와 보니 한 스무 가지는 꺾어 온 것 같더라. 개중에 선인장이 4~5 종류
있었는데 그것들을 번식시킨 자손들이 지금 내 방에 있는 것들이지. 지금
그린 이놈은 그 꽃이 하도 기이하고 신기해서 내가 애지중지 기르고 있단다.
선인장의 크기는 겨우 손가락만 한데 글쎄, 꽃이 한번 피면 그 크기가 손바닥
만 하다니까! 줄기 어디에선가 가느다란 꽃대가 길게 자란 뒤 그 끝에서
꽃봉오리가 자라는데, 꽃이 펼쳐지면 꼭 털이 북실북실한 불가사리를 보는
듯하단다. 그래서 그 이름도 스타펠리아, 오각별을 닮았다는 뜻이겠지.
잘라 심은 지 2년 만에 꽃을 보았으니 이놈도 틀림없이 내년에 그 기이한
꽃을 피울 테지.
이놈을 옆에 놓고 매일 관찰하면서 느낀 게 있다. 세상 만물이 다 그렇겠지
만 식물이 자라고 영그는 데는 다 때가 있다는 것이지. 요놈이 본 줄기 양쪽에
코딱지만 한 눈을 처음 틔웠을 땐 저놈이 언제나 자랄까 하고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다. 실제로 그 싹은 2개월이 되도록 별로 자라지 않는 것 같았어. 그러다가
기온이 25도를 웃도는 7월이 되면서 겁나게 자라기 시작하는데, 자고 일어나
보면 구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우리네 사람도 그렇지 않은가 싶다. 공부 못하는 아이들더러 아무리 공부해라
뭐해라 하고 부모가 야단을 친들, 때가 아니 되면 아무 소용이 없어. 아이가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서 언젠가 자신의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힘을 기다려 인내하고 있어야지. 조급한 마음에 이리저리 뛰어다녀 보아야
치맛바람 밖에 더 되겠니? 또 그 억지야말로 아이를 죽이는 횡포가 아니고
무엇일까? 이제 너도 곧 학부모가 될 사람이니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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