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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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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이엄마 |
제목 : |
야생초편지 - 9 |
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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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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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개비 - 참으로 희한한 꽃
낯익은 풀꽃이지? 그래, 달개비야, 혹은 닭의 장풀이라고도 하지.
우리나라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한해살이풀. 요즈음 운동시간이 되면
제일 먼저 운동장 구석으로 달려가 한창 꽃을 피우고 있는 요 녀석들을
들여다 본다. 들여다볼수록 귀엽고 재미있는 놈. 귀가 큰 미키마우스를
닮은 놈. 마구 뻗어나가다가 마디가 땅에 닿기만 하면 금방 뿌리를 내리고
계속 뻗어나가는 생명력. 담백하고 맛이 좋아 풍뎅이들에게 아주 인기가
좋은 놈. 나는 처음에 커다란 두 개의 꽃잎이 꽃받침이고, 가운데 노란색의
쬐꼬만 십자화 세 개가 꽃인 줄 알았더니 그게 모두 수술이라고 하더구나.
참으로 희한한 꽃이다. 암술 한 개에 수술이 여섯 개인데 수술 모양이 각기
다른 것은 아마 이 꽃밖에 없을 거야. 그중에 꽃가루가 있는 것은 암술을
호위하고 있는 보리밥알 같은 수술 두 개뿐이다. 그렇담 마치 꽃 모양으로
벌려 있는 나머지 수술 네 개가 하는 일은 무얼까? 창조주가 쓸데없는 것은
결코 만드어 내지 않았을 텐데...... 그렇다! 밋밋한 꽃잎 두 장만으로는
벌과 나비를 유인하기가 힘들다고 생각되어 그런 변화를 준 게 틀림없어.
이놈이 어떤 때는 꽃받침 하나에 꽃 두 송이를 한꺼번에 피우기도 하는데
(보통은 하나가 지고 나서 다른 하나가 핌), 이렇게 층을 지어 한꺼번에
피어 있는 모습이 마치 생쥐 두 마리가 담장 밖을 내다보고 있는 것 같다.
2년 전 원예부에서 여러 종류의 열대산 관엽식물들을 키워 본 적이 있는데
그중에는 열대 달개비도 있었지. 자줏빛에다 다육질인데 그놈도 자라기는
참 잘도 자라더구나. 헌데 꽃이 우리 달개비에 비하면 별로인 데다 다육질
이라서 마구 자라면 징그러운 느낌까지 들더라. 그것뿐이야? 먹을 수도 없고.
그에 비하면 우리 달개비는 훨씬 청초하고 꽃도 희한하지. 또 나물은 무쳐
먹을 수도 있고. 헌데 그놈은 물 건너 왔다고 멋진 화분에 담겨 호강하는데,
우리 달개비는 뒤꼍에 제멋대로 뻗어나다가 함부로 짓밟히는구나. 그 꼴을
보고 있자니 슬그머니 심통이 나더라구. 이곳에서는 운동장에서 달개비를
꺾어다 사이다 병에 담아서 방에 놓아둔 사람들도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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