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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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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이엄마 |
제목 : |
야생초편지 - 26 |
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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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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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덩굴
-무슨 덩굴이 좋을까?-
어젯밤의 천둥번개로 십여 일간의 불볕더위가 한풀 죽어 오늘부터 예년과 같은 평상기온
으로 되돌아 온 것 같다. 이 불볕더위 속에서도 가장 활기차게 생명 활동을 벌인 식물을
들라면 여기 그려 있는 닭의 덩굴이 바로 그것이다. 땡볕과 가뭄 속에서 모든 식물들이
허덕거리고 있을 때도 이 놈만은 독야청청. 거침없이 사방으로 덩굴을 뻗쳐 자기 영역을
확대하고 있었다. 같은 부류의 덩굴 중 가장 여릿여릿하게 생겼으면서도 뻗어 나가는
기세는 가장 드세니, 가히 외유내강의 표본이라고 할 만하다.
이놈은 3년 전 임하댐으로 사회참관을 갔을 적에 공원 잔디밭에서 한 뼘도 안 되는 것을
옮겨 와 심은 것인데, 돌보지 않아도 저 혼자 씨를 떨어뜨려서 해마다 새로 싹을 틔우고
있다. 봄에 덩굴 한 끝을 창살에 걸어 놓으면 한여름 동안 창살을 다 덮어 버린다. 조금
있으면 꽃을 피울 터인데, 꽃은 영 볼 것 없다. 연한 녹색의 꽃이 조그맣게 뭉쳐 피는데,
언뜻 보면 꽃 같지도 않다. 생명력이 강한 것들이 다 그러하듯 이놈도 씨는 엄청 잘 맺지.
그런데 이 씨가 참으로 희한하게 생겼다. 얼마나 단단한지 이빨로 물어도 잘 깨지지가
않는다. 그 단단한 껍질을 뚫고 어떻게 싹이 트는지 신기하기만 할 뿐이다.
대체로 닭자가 붙은 식물은 생명력이 대단히 끈질기다. 닭의덩굴 말고 우리가 잘 아는
것으로 닭의장풀이 있다. 흔히 달개비라고도 부르는 풀이지. 일설에 의하면 이 풀이 닭장
근처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닭의 덩굴도 그래서 붙은 이름
인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적 기억을 더듬어 보면, 닭들이 달개비를 쪼아서 여기저기 너덜
너덜해진 채로 서 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렇게 쪼임을 당하고도 한여름 응달에서
피어난 파르란 달개비꽃은 너무도 아름다웠지. 아마 돋보기라도 있었더라면 그 희한하게
생긴 꽃 내부를 들여다보느라고, 얼굴을 하루 종일 땅에 들이박고 있었을 거야.
닭의덩굴이나 달개비는 먹을 수는 있지만 특별히 기억할 만한 맛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모듬나물을 해 먹을 때나 양을 채우기 위해 조금씩 따 넣곤 하지. 맛도 별로
없고 꽃도 시원찮은 닭의 덩굴은 그 왕성한 생명력과 푸른 잎으로 인해 여름철 관상 덩굴로
안성맞춤이다. 여러해살이인 담쟁이덩굴은 가을단풍이 멋지긴 하지만, 작은 규모의 치장에
는 어울리지 않고, 나팔꽃 덩굴은 털북숭이에다 단풍이 좋지 않아서 그렇고, 메꽃 덩굴은
줄기가 너무 짧고, 며느리밑씻개 덩굴은 온몸이 가시투성이라 겁나고, 박주가리 덩굴은
꼬여드는 벌레 때문에 마땅찮고......작은 규모의 담벼락이나 정원석을 수놓을 한해살이
관상덩굴로는 역시 벌레 끼지 않고 상큼한 닭의덩굴이 좋은 것 같다. 음, 그러구 보니 돌콩
덩굴도 권장할 만하다.
오늘은 내 생일, 국경일에 나오는 쌀밥과 소고기국으로 생일상을 차려 동료들의 생일축하
노래를 들으며 맛있게 먹었다. 뿐만아니라 그동안 그렸던 그림 중에서 열 점을 가려 뽑아
사방 복도에 붙여 놓고 운동시간에 간이 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주로 누드와 시원한 풍경
을 그렸으니, 좋은 구경거리가 되었을 거야. 관객이 일곱 명밖에 되지 않았지만 나의 첫
개인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전시회였다. 이담에 사회에 나가 시골에 정착하게 되면
농장 마당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열 생각을 지금부터 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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