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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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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엄마 |
제목 : |
야생초편지 - 33 |
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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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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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베키아
-생명력과 보존력이 뛰어난 서양 꽃-
여전히 덥지만 날씨가 조금은 수그러진 듯하다. 아래에 그린 것은 사실 야생화는 아니다.
그러나 지금 이 꽃은 안동교도소의 삭막한 풍경을 부드럽게 하는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데다 이 꽃을 소 내에 퍼트린 사람이 바로 나이기에 서양 꽃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한자리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름은 루드베키아. 진노란 꽃 색깔이 몹시 강렬하여 멀리서 보는 루드베키아 군락은 마치
노천 금광처럼 반짝거린단다. 온몸에 털이 복실복실. 역시 털이 촘촘히 난 길고 넓적한 큰
잎이 어긋나기로 자람.
재미있는 것은 꽃잎. 기본적으로 여덟 장인데 얼마나 제멋대로 분열하는지, 같은 개수의
꽃잎을 보기 어려움. 내가 확인한 바로는 스물다섯 장짜리가 최다. 루드베키아는 꽃이
피어 있는 기간도 꽤 긴 데다가 생명력과 번식력이 뛰어나서 마을의 빈터나 도로변에 관상용
으로 심으면 좋다. 실제로 사회참관 시 이곳 안동지방을 돌아보니 시골 농가에 이 꽃을 심어
놓은 곳이 눈에 많이 띄었다. 한번 심어 놓으면 따로 관리하지 않아도 매년 새롭게 싹이트고,
또 씨앗 발아도 잘 되니 십여 포기 심어 놓고 몇 년 후에 가보면 저절로 멋진 군락이 만들어
진다. 이 꽃은 4년 전 내가 원예부에 있을 때 처음으로 발아시켜 보안과 앞 잔디밭 화단을
장식했었다.
그러나 이 화단은 철 따라 꽃을 갈아 심기 때문에 루드베키아도 꽃이 진 후에 그대로 뽑아
버리고 말았었다. 나는 꽃이 너무 좋고 생명력이 강해 이것을 한번 선보이고 버리기보다
적당한 공터에 화단을 만들어 두고두고 감상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그 무렵 운동장에서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구석이 있길래 소 측의 허락을 얻어 거기에
화단을 조성하여 루드베키아를 일정한 간격으로 심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은 그곳이
루드베키아 군락지가 되었을 뿐 아니라 소 내 다른 곳에도 수출되어 여기저기에서 노란 꽃
들이 재소자들의 팍팍한 가슴을 어루만져 주고 있단다. 내가 가꾸고 있는 야생초 화단에도
물론 원년 맴버로서 굳게 자리를 지키고 있구. 그런데 이놈이 씨를 어찌나 사방에 날려 대는
지 채소밭 사이마다 뿌리를 박고 자라는 통에 일일이 뽑아내느라고 고생이 많단다.
지금도 들깨밭 한가운데 차일피일 하다가 어느덧 꽃이 활짝 피어 버린 루드베키아 한 포기가
늠름하게 서 있다. 어쩌면 루드베키아는 일찍이 이 나라에 들어와 지금은 토종처럼 친근하게
여겨지는 몇 가지 꽃들 - 코스모스, 다알리아, 맨드라미 등의 반열에 들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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