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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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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 |
제목 : |
콩서리 |
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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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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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싹이 고개를 내밀 즈음 비둘기들은 땅을 헤 집 고 콩 싹들을 파 놓는다. 비둘기들이 콩 싹에 눈독을 들이기 전 검정 차 광 망을 덮어놓고 허수아비를 세워 이쪽나무 저쪽나무에 방울을 달아 끈을 매달아 놓아도 헛일이다. 언성을 높이며 훠이 훠어이 쫒아도 사람들 소리에 놀라 달아나는 척 하다가 소리 없이 뒤로 날아와서 오히려 나를 놀라게 한다. 비둘기들의 지능이 얄미워 죽겠다. 어머니께서 외출을 하시며 밭에 나가서 비둘기들을 보라고 하셨다. 민 그 적 거리다 콩밭에 나가보니 언제 몰려 왔는지 비웃기라도 하는 듯 힐끗 힐끗 쳐다보기까지 하며 겨우 땅위로 고개를 내민 콩 싹에 주둥이로 쪼아 린 다. 또한 언제 차 광 망을 뚫어 놓았던지 콩 싹들이 제법 자란 그 안으로 들어가서 이리 날고 저리 날아다니며 콩밭을 짓밟는다. 비둘기들을 바깥으로 내 몰려고 콩밭을 한참동안 뛰다보니 외출에서 돌아오신 어머니께서 "쯧쯧 비둘기만치도 약아 빠지지 못한 네가 어찌 비둘기들을 쫓 누 " 하시며 밭둑에 서 계신다. 밭에 콩 씨를 직 파 하면 반도 넘게 비둘기 몫이다. 그래서 어머니께서는 온상에 콩 모를 길러서 비둘기가 축낸 자리에 모종을 하셨다. 한참 비둘기와 혼전을 벌리고 있는데 아들은 어미가 비둘기에게 농락 당하는 꼴을 보더니 그러지 말고 아예 차 광 망 위에 비둘기 몫으로 콩을 뿌려 주라고 한다. 할머니께서는 외 손 주말에 "저 놈의 비둘기들이 의심이 많아서 먹지도 않는 게 네 어미 어릴 때 모습과 같구나" 하신다. 그 말씀에 아들과 나는 배꼽을 쥐고 웃고 나니 비둘기에게 희롱 당한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듯 하다. 아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의 책가방은 방에 나 딩굴어 져 있는데, 땅거미가 지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갈 만한 곳에 전화를 해 보아도 아이들이 하나같이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학교 운동장이나 성당 앞 공터에서 야구놀이를 하고 있겠거니 하고 기다리는데 대문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헉헉 씩씩거리며 들어서는 아들 모습에 나는 한 동안 말을 잃어 버렸다. 눈만 반짝거리고 얼굴은 물론 옷까지 새까맣다. 머리는 불에 끄실 렀는지 오징어 냄새까지 풍기고 비 싯 웃고 있는 이빨은 숯 덩이다. 부글부글 꿇고 있는 속을 참고 우선 수돗가로 데리고 가서 옷을 벗겼다. 이유는 그 다음에 묻기로 하였다. 그런 일로 아이를 닥 달하면 남편은 이유도 물어보지 않고 화를 낸다고 나를 나무랄 것이다. 아들 말에 의하면 학교 뒷산으로 자연 학습을 갔었는데 콩밭이 있더란다. 잘 여문 콩에 손을 대보니 톡 하며 콩이 우수수 땅에 떨어지고, 들꽃이 만발하고 잠자리까지 떠도는 가을 정경이 그림처럼 아름다웠다는 것이다. 며칠 후 공터에서 만난 친구들을 데리고 학교 뒷산 콩밭으로 놀러 갔다고 한다. 그 중 한 친구가 콩서리하자는 제의를 해서, 한 녀석은 망을 보고 나머지 녀석들은 누런 콩을 뽑아다 쌓아 놓았는데 성냥이 없더란다. 그중 집이 제일 가까운 우리 아들이 집에 와서 성냥을 가지고 가서 친구들과 콩을 구었단다. 난생처음 콩서리에 재미를 느낀 아이들은 서로 많이 먹겠다고 까실까실한 콩깍지까지 씹어 먹었단다. 콩 껍질이 타는 연기에 까실한 콩깍지 만진 손으로 눈까지 비볐으니 눈이며 온몸이 까실까실 한데도 그래도 콩 맛이 일품이었다면서 쩝쩝거리며 입맛까지 다신다. 나는 아들 몸에 벌을 가하는 것처럼 아프 라고 타 올로 싹싹 밀어도 수다쟁이 우리 아들은 신이 났다. 방안 창가에 서서 팔 장만 끼고 빙그레 웃고 있는 남편은 아들의 말간 웃음과 이야기 소리에 온통 그리운 추억들이 고향의 가을 들녘을 아들과 함께 줄 달 움 치고 있었다. 아들은 그렇게 친구들과 어울려서 신나게 콩서리를 해먹고 야구놀이를 하기 위해 성당 앞 공터로 오다가 집 짓는 공사장 옆에 무성히 자란 마른 풀 섶이 바람에 하늘거리는 것을 보고 그곳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처음엔 갈잎에 불을 당기려고는 하지 않았단다. 노을에 비쳐진 갈잎이 너무 이뻐 서 그 안을 걸어 나오려고 했는데, 바삭거리는 갈잎 소리에 그만 호기심이 발동을 한 모양이다. 마침 주머니 안에 몇 개의 성냥개비도 남아있어 불을 마른 갈잎에 당겼더니 순식간에 호르록 타버리면서, 공사판에 쌓아 놓은 나무더미로 옮겨져 그 불을 끄느라고 친구들과 정신이 없었다고 하며 휴 우 안도의 한숨까지 내 쉰다. 콩서리에 불장난까지 한 아들의 경고 망동한 잘못의 체벌을 위해 나는 그날 호된 매를 들었다. 참나무 그늘에서 옛 이야기에 도취되어 있는 사이에 비둘기들은 그 틈을 노리고 떼지어 날아와 콩 싹을 헤 짚는다. 비둘기들을 쫒기 위해 언덕을 쏜살같이 내려가시던 어머니께서 잠깐 뒤를 돌아보시며 따라 오라고 손짓을 하신다. 아들은 외할머니를 뒤따라 내리 달리는데 나는 참나무 그늘아래 길게 누었다. 발 그 레 달아오른 저녁 노을이 서산에 걸려있고 "훠이 훠어이" 콩밭에서 비둘기 쫒는 어머니 소리에 비둘기들은 날아서 내가 누워있는 참나무 가지위로 살포시 나려 앉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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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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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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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서리 |
08-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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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뫼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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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서리 |
08-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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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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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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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서리 |
08-1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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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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