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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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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 |
제목 : |
곡간에 곡식이 가득하시죠. |
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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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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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수첩"
일요일을 맞아 모처럼 서랍을 정리하는데 구석에 숨은 검은 수첩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누구 것일까? 손때가 많이 묻은 그 수첩을 설레는 마음으로 펴 보았다. 비스듬하게 누운 글씨, 바로 엄마의 수첩이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한장 한장 넘겼다. 내용은 잡다했다.
할아버지할머니 제사 때 올려야 하는 음식 재료라든가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 가사 몇 구절,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나를 야단치고 마음 아파 적은 몇 줄의 글...
별 것 아니겠지 했는데 읽다 보니 엄마 인생이 고스란히 느껴져 왔다.
중간쯤 보았을까, 갑자기 수첩 맨 뒷장을 열었다. 왠지 특별한 것이 적혀 있을 것만 같았다.
거기에는 내가 모르는 낯선 지명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전국 방방곡곡을 망라하는 지명이었다. 엄마가 왜 이걸 적어 두었을까 궁금했다.
친구가 사는 곳도 아니고 먼 친척의 주소지도 아닌데... 한참 생각하다 나는 무릎을 쳤다.
맞아 바로 그거야! 그랬다.
엄마에겐 한 가지 습관이 있다 아름답고 소박하고 한적한 산골마을이 텔레비전에 소개되면 다음에 꼭 가 보겠다고 하면서 여기저기 메모하시곤 했는데,
그 목록을 수첩에 따로 적어 오신 것이다. 그 마을 이름이 이렇게나 많았다니..
순간 가슴이 찡~했다.
이 많은 곳 가운데 엄마가 가 보신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날마다 우리 가족을 돌보느라 엄마의 몸과 마음은 여행을 떠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수첩을 제자리에 두면서 마음속으로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엄마가 꿈꾸는 곳에,.나중에 저랑 함께 가 봐요....
그러자 내 가슴이 소풍 떠나는 아이처럼 들뜨는 것 같았다.
부엌 쪽을 쳐다보니 엄마는 오늘도 우리 가족의 저녁을 짓느라 한가지 소망도 잊은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좋은생각 중에서)
곡간에 곡식이 가득해서 행복하시죠 저희 가족은 솔뫼먹거리 때문에 행복하답니다. 가을 풍경 그리며 잠시 머물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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