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양미동 제목 : 나의 편견
조회 :  
2023
 
     나의 편견

편견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보는 것이 소원이라던 지인의 넋두리가 생각납니다. 얼마나 많은 아픔을 겪었으면 그런 소리를 할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편견에 대하여 다시 생각을 해 봅니다. 세상에는 편견으로 인하여 고통을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내가 장애인이고 또한 어려운 이웃을 위한 사역을 하다 보니, 내 주위에도 편견의 희생양이 되어 있는 분들도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편견을 가지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편견을 가지게 되더라는 말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교도소를 한 달에 한 번씩 방문하여 재소자들과 2시간 정도 함께 작은 나눔을 하고 돌아 옵니다. 분명히 출소를 하였는데 몇 개월 후에 보니 교도소에 다시 들어와 있는 겁니다. 기가 막혀 말도 못하다가 나중에 그 이유를 듣고 가슴이 미어지는 듯 한 아픔을 겪었더랍니다. 모범수로 출소하여 열심히 살아가다가 신앙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언제나 성실하게 열심히 하는 그에게 많은 분들이 곁에 있더랍니다. 천년만년 변치 않고 함께 해줄 사람처럼 정을 주더랍니다. 감사했고, 즐거웠고, 행복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과거를 알게 된 지인들이 하나 둘 멀어져갑니다. 전과자라는 굴레는 주변 사람들에게 편견을 가지게 했고, 결국 그는 견디지 못하고 자기를 이해해주는 동료들이 있는 교도소행을 택했던 아픔이었습니다. 특히 장애인 재소자들에게는, 장애인이 무슨 죄를 저지르고 들어왔느냐며 이해를 못하게 되고, 출소를 해서도 전과가 있는 장애인은 적응을 하기가 참 힘들다고 합니다. 편견이 생기는 이유는 가치관의 혼란에서 발생된다고 합니다. 편견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가치관을 바로 세우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풍습에 의한 편견은 이미 우리들의 생활에 적응이 되어 무감각하게 살아가게 합니다.
저는 소록도를 1년에 네 번씩 10년째 봉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문둥이들이 병을 낫기 위하여 애기들 간을 빼먹는다.”는 소문은 한센 병자들을 큰 죄인으로 몰아가고 있었고, 그분들은 철저하게 고립되어 살아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바라만 봐도 병이 옮고, 손이라도 만지면 신세는 끝난 것으로 생각했었습니다.
제가 처음에 소록도를 방문했을 때 일입니다. 내 삶이 너무나 힘들어 ‘세상에 나보다 힘든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그 생각은 가장 힘들게 살고 있다는 소록도 한센 병자들을 만나 보는 것이었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갔었는데 다른 동료들은 일을 하러 가버리고, 휠체어를 움직일 수 없었던 저는 앞마당에서 아름다운 경치만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할머님 한분이 오시더니 “아이고 짠해서 어차까이~”라며 전라도 사투리로 저를 걱정해 주십니다. 나도 모르게 휠체어에서 일어나 할머님을 끌어안았습니다. 그리고 볼을 비볐습니다. 힘들어 다시 휠체어에 앉았고, 앉으며 할머님을 쳐다보니 세상에…, 할머님 오른쪽 뺨에 노란 고름주머니가 네 개나 달려 있는 겁니다. 내 오른뺨과 할머님 오른뺨이 뜨겁게 마찰을 일으켰는데, 그 순간 내 등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고, 내 신세는 이제 끝났다는 절망에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두려워서…, 밤새도록 울면서 기도했더랍니다. 한센병에 걸리지 않게 해 달라고요. 새벽까지 기도를 하는데 그 순간에 제가 투병 생활할 때 환자들이 병실에 올라오지 못하게 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온몸을 불에 태운 화상 환자가 왼쪽 고관절까지 부러져서 응급실에 왔는데 진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으니, 일반 환자들이 저를 한센병자로 착각한 것도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그때 얼마나 서러웠던지……. 그 때 일이 떠올랐습니다. 얼마나 부끄럽고 미안하던 지요. 그 후론 한 번도 소록도에 계시는 어르신들을 편견을 가지고 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마음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답니다.

며칠 전에 소록도에서 세 분이 저를 찾아올라왔습니다. 항상 소록도에서만 살면서 육지에 한번이라도 나가보는 것이 바람이었던 분들이기에, 그분들을 볼 때마다 집으로 한번 초대하여 우리가 먹는 반찬에 함께 밥 먹고, 우리가 덮는 이불을 함께 덮고 며칠 동안 쉬었다 가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마침 기회가 되어 우선 세 분만 초대를 했더랍니다. 함께 새벽예배도 드리고, 함께 봉사도 가고, 함께 나들이도 갔더랍니다. 얼마나 행복해 하던지…, 함께 하는 저희들이 더 행복했더랍니다. 3박4일 동안 함께 지내며 많은 이야기도 나눴고, 함께 기도도 많이 드렸더랍니다. 이제부터는 매년 봄, 가을에 10명 내외를 초대하여 작은 사랑을 나누기로 했답니다. 소록도에 무사히 도착하여 전화가 왔는데 “생애에 가장 행복했던 시간들이었다.”는 고백이 새로운 힘으로 다가왔습니다.

편견은 허물과도 같습니다. 허물을 벗어 버릴 때 비로소 편견은 사라집니다. 다시는 인간 소외의 현상이 되는 편견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차별과 편견을 뛰어넘어 모든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작은 부분을 담당해 가며 봉사는 중독되고 행복은 점염되는 세상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2005. 6. 22
‘봉사는 중독되고 행복은 전염되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나눔-


 
 
 
 
  : 정성이 담긴 상품 잘 받았습니다.
  : 수요일(22일)에 보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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