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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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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미동 |
제목 : |
가을이 오는 길 |
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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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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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는 길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아직 뜨거운 여름이지만 강원도에는 이미 가을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번 봉사에는 후리지아님이 직장 근무로 참석할 수 없게 되어 지름길로 춘천 나눔의 동산을 찾아 간다. 가평을 지나 연인산과 화악산을 휘돌아서 찾아가는 길가에는 이미 가을이 찾아와 있었다. 코스모스가 아름답게 피어 있는 마을도 지나고, 조가 고개를 숙이며 알곡을 익어가는 마을도 지난다. 키 작은 수숫대에 풍성하게 달려있는 수수를 새들이 쪼아 먹지 못하게 그물망을 씌워 놓은 마을도 지나고, 보라색 들국화가 멋진 자태를 뽐내는 마을길도 지난다. 각 마을마다 특색을 살려서 길가에 씨를 뿌려 놓은 것들이 알알이 익어가고 있었다.
부산에 내려가서 출고장에서 스타렉스 12인승을 뽑아 소록도에 전해 드리고, 청도에 들려서 학생부 수련회에 강사로 초대되어 열변을 토하고 부지런히 쉼터로 돌아와 밤늦게 봉사갈 물품들을 사러 나갔다. 물품을 사오니 자정이 넘었다. 잠시 잠을 청한 후에 아침 일찍 춘천으로 출발하기 위해 차에 시동을 켠다. 운전이 체질이라는 아내지만 많이 피곤한가 보다. 아내가 졸리지 않도록 조수석에서 부지런히 기쁨조 역할을 한다. 뒷좌석에 타고 있던 제비꽃님도 연일 바쁘게 지내다, 직장에서 하루 휴가를 내고 봉사에 참석을 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더니 잠잠하다.
무슨 음식을 해서 할머니들을 기쁘게 해 드릴까로 고민하는 아내에게 오징어 덮밥을 하고, 며칠 전에 말복이었는데 아마 고기를 잡수지 못했을 테니 닭을 30여 마리 사가지고 가서 백숙을 해 드리면 좋겠다고 지나가는 말로 했더니, 아내는 그대로 준비를 했었는가 보다. 할머님들의 군입거리인 옥수수 뻥튀기와 다른 뻥튀기도 큰 자루로 두 개를 샀는가 보다. 이것저것 준비해서 차에 실었기에 풍성하다.
언제나 나눔의 동산 입구에서 배회를 하고 있는 장애인의 모습이 오늘도 우리를 맨 처음 반겨주고 있다. 누구를 기다리는 것일까. 누가 다시 오겠다고 약속을 해 놓고 아직 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우르르 차로 몰려드는 여성 장애인들, 마침 학교도 방학이라 학생들도 많이 보인다. 나눔의 동산 원장님과 상의를 하던 아내는 오징어 덮밥은 저녁에 해 먹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놓고, 준비해간 닭에다 한약재를 넣고 푹 삶기 시작한다. 김치가 썰어진다. 아내의 김치 써는 모습을 보았다. 도마에 칼로 썰어 놓은 김치가 가지런하다. 가위로 김치를 자르는 주부도 있다지만 아내는 언제나 칼을 사용한다. 가위로 자르면 김치가 가지런하지 못한다고 한다. 멸치도 맛있게 볶고 맛있는 점심을 준비하고 있다. 일을 잘 못한다고 항상 겸손해 하시는 제비꽃님은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파트너이다. 아내랑 동갑인 57년생이지만, 언제나 열심히 섬기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원장님과 마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모두가 사회복지에 관한 내용이다. 강원도에는 미인가 시설 단속에 들어가 그곳에 살고 있는 원생들을 인가시설로 보내는 작업이 시작되었단다. 나눔의 동산에도 장애인을 받아 달라고 요청이 오지만 이미 정원이 초과하여 안 된다고 했단다. 그러면서 경기도에 있는 우리 자오 쉼터를 소개해 줬더니 춘천문제는 관내에서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난색을 나타내더란다. 장애인들의 정신적인 안정을 위하여 꽃을 심고 짐승을 키우는 것에 대하여도 의견을 나눈다. 수용시설이 아닌 재활을 겸한 가족공동체가 가장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내 본다. 공감대가 형성되는 순간이다.
그사이에 식사는 차려졌다. 오랜만에 푸짐하게 차려진 닭고기에 얼굴들이 밝다.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함께 점심을 나눈다. 그러고 보니 우리도 저녁부터 아침까지 먹은 것이 없음을 알았다. 그래서 더 맛있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이 딱 맞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함박웃음과 함께 식사를 한다. 장애가 덜한 장애인이 더 심한 장애인에게 닭다리를 잡고 먹여주는 모습이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다. 할머님들은 느긋하게 이야기를 나누시며 식사를 하신다. 이미 식사를 마친 장애인들이 수줍게 다가온다. 아마 잘 먹었다고 인사를 하려는 것 같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상대방이 표현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눈빛으로 이미 마음을 파악할 수 있다. 마주 잡은 손으로 흐르는 무엇이 있다. 그것 때문에 우리는 행복하다고 말을 한다. 정이다. 감사다. 사랑이다.
집에도 봉사자들이 와서 열심히 봉사를 하고 있기에 우리들도 서둘러 춘천 나눔의 동산을 철수한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지만 쓸쓸함보다 가을의 향기와, 가을의 풍성함과 가을 사랑을 가득안고 돌아간다. 고추잠자리 떼가 곡예를 하며 나르고 있다. 가을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2005. 8. 18
‘봉사는 중독되고 행복은 전염되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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