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가지똥 -그래도 난 여름이 좋다- 연속 사흘째 찜통! 저녁이면 공장에서 사방으로 돌아온 재소자들이 앞다투어 목욕하느라 우리가 사는 3층까지 물이 올라오지 않는다. 운동을 해서 땀은 범벅이지. 물은 없지. 별수 없이 물 나올 때까지 기다리다 보면 졸리고 피곤해서 쓰러져 잠들고....그래도 난 여름이 좋다. 홀라당 벗은 채 책도 보고 호흡도 하고, 팔굽혀펴기도 하고, 여간 홀가분한 게 아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여름은 풀들을 계속 따 먹을 수 있으니 좋다. 이 풀을 자세히 보아라. 이름은 방가지똥. 엉겅퀴를 많이 닮았지만 꽃이 영 다르다. 줄기에 가시가 없지. 꽃은 국화과의 다른 야생화와 비슷하다. 그런데 나는 매일같이 운동장에 나가 지만 이놈이 꽃을 피운 것을 본 일이 없다. 작년에 흐린 날씨가 며칠 계속될 때 처음 본 이래 로 말이야. 그런데도 어느새 수정을 끝내고 씨앗을 맺어 낙하산을 사방에 날리는 것으 보면 내가 안 보는 새에 틀림없이 꽃을 피웠다는 것인데, 도무지 나에게는 들키질 않으니 참으로 이상한 풀이다. 방가지똥의 매력은 꽃이 아니라 가시같이 날카로운 톱니가 불규칙하게 늘어 선 이파리이다. 촉감도 꼭 비로드 천을 만지는 것처럼 매끈매끈하고 가장자리에는 날카로운 가시를 달고 있는 것이 볼수록 신기하지. 방가지똥, 방가지똥, 이름이 참 귀엽지? 강아지똥과 발음이 비슷한 게 어릴 적 향수가 묻어 있는 이름이다. 분명히 똥과 무슨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꽃을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단서를 찾을 수가 없으니........ 우리 산야에 자라나는 풀꽃들의 이름은 참으로 예쁘고 친근한 것들이 많다. 그 많은 풀들에 일일이 그런 예쁜 이름을 붙여 준 우리 민중들의 슬기에 감사드리고 싶다. 요즘 보면 우리의 산, 강, 마을 이름을 조사해서 그 어원과 뜻을 살피는 책들이 상당히 나와 있지만 우리 풀꽃 이름을 조사한 책은 아직 없더군. 지명이나 마을 이름 같은 것들은 그 지역에 오래 살고 있는 사람들이나 문헌을 뒤져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산야의 풀 이름은 입에서 입으로 떠돌다가 정착된 이름들이 많아서 그 유래를 알아보기가 힘들 것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지난번 며느리밑씻개처럼 문학적 상상력으로 매번 뚜르려 맞출 수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