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솔뫼 제목 : 바람이 불어 옵니다.
조회 :  
84997
 
 
 
  지리한장마가 이제 그끝을 보이나 봅니다.
올해는 유난히도 이른봄부터 많은 비가 와서
밭을갈고 물을댈려고 고민할땐 즐거움을...
과수나무와 작물들이 영글어갈땐 우울함을...
함께 내려주곤 했습니다.
게으런 농부는 하늘의 물꼭지를 맘대로
조종 할 수 없는 것이 늘 한스러울 정도였으니까요.

오늘은 모처럼 지리한 장마중에 깜짝 햇볕을
온농원이 환히 빚나도록 화사하게 뿌려줍니다.
티비 뉴스에서는 모래까지 많은 비를 내릴거라는
짜증스런 일기예보를 내보내고 있습니다만,
농원은 언제 비가 내렸냐는듯 밝은 햇볕과
짙은녹음, 목이터지라 울부짓는매미 소리와 함께
골짜기를 구비구비 돌아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한여름의 시름을 덜어 줍니다.

자연과 인생살이는 늘 예고없이 변화 무쌍합니다.
먹구름이 몰려오고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몰아칠라면 두려움에 사로잡혀 한없이 왜소해지는
자신을 낮추어 지나온 과거를 뒤돌아보게 합니다.
길게는 코흘리개 어린시절부터 짧게는 바로 조금전까지...
늘상 반복 하는것이지만 언제나 최선을 다하지 못한점이
아쉬움으로 다가오는걸 보면 어지간히도
미련하다는생각을 합니다.

인생은 미완성을 완성시켜려는 스케치와 같은것
같습니다. 불완전한 밑그림을 하나씩들고서
항상지우고 다시그리고 실수를
되풀이 하고 새로이 지우고 잘못 그은선을
새로이 그릴려는.....
언제나 머리속을 맴도는 환상을
쫓아 새로운 선을그을려는...미완적인존재임을 느끼게하니,
인생살이도 자연과 마찬가지로 두려운 존재인가봅니다.

해마다 심는 작물들...
올해는 아직 콩을 재대로 심질 못했습니다.
아니 벌써 두어번 심었습니다.
하지만, 극성스런 까치와 비둘기 꿩들이
먹어치우는 바람에....
궁여지책으로 모종판을 만들고 새로이 심은
콩들은 오랜장마기간에 모종판에서 너무자라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옮겨 심어야하나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비땜새 모종판에서
콩을수확하는 전대미문의 콩농사가 될것같은
방정맞은 생각이 들때도 있습니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면서
싱그럽게 모종판에서 잘자란 콩들이
장마가 끝나 안전하게 밭으로 옮겨져
오손도손 행복하게 잘자라면 복잡한 인생살이도
쑥쑥자라는 콩들처럼 묶인매듭도 풀리고
실타래 처럼 꼬인 세상 얘기도
다시 훈훈한 인정으로 넘친다는 소릴 지나가는 바람이
전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것은 왜일까요...


2003년 7월 23일...



:: 꼬리말 달기
이름 비밀번호 E-mail
내용  
 
 
 
 
  : 봄비
  : 우리집 못난이 아지이야기
 
231
솔뫼
바람이 불어 옵니다.
2013-12-27
84997